번역해서 매달 300만 원씩 벌 수 있나요?
네! 충분히 벌 수 있습니다. 그것보다 더 벌 수도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벌어봤으니까요.
자 그럼 300만 원을 버는 공식을 살펴봅시다.
매일 10만 원씩 30일이면 300만 원입니다. 다른 직장인처럼 일주일에 2번을 쉬고 싶다면 매일 15만 원씩 20일 일하면 됩니다.
10만원이면 100달러입니다. 영어 단어 하나당 단가를 0.05달러를 받는다면 하루에 2000 단어를 번역하면 됩니다(100=0.05*2000). 하루에 15달러를 벌고 싶다면 3000 단어를 번역하면 됩니다.
그렇습니다! 번역해서 돈을 많이 벌려면 1) 번역 단가가 높거나 2) 하루에 많은 양을 번역하면 됩니다.
번역 단가는 번역 난이도가 결정합니다. 단순한 게임 명령어는 단어당 0.02 달러도 안됩니다. 아무리 명품이라도 천의 재질(면, 폴리에스터, 나일론 등)을 나열하는 번역이라면 구글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건 단가가 쌉니다.
하지만 어려운 내용, 까다로운 문장은 번역 단가가 비쌉니다. 예를 들어 나사(NASA)나 카이스트쯤에서 볼 법한 논문은 전문용어가 많아서 아무나 번역할 수 없습니다. 의학 논문, 특허 관련 문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명품의 광고 문구도 번역료가 비쌉니다. 3-4개의 단어로 이루어진 광고 카피라도 몇십 달러를 줘야 번역할 수 있습니다. 이건 한국어로 광고 문구를 새로 쓰는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번역 단가는 고정된 건 아닙니다. 높아질수도 있고,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진입 단계의 번역가가 단어당 0.05로 계약했는데, 요즘은 대형 번역회사도 0.04로 계약하는 것 같습니다. 단어당 0.04달러라면 하루에 100달러를 벌려면 2500 단어를 번역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A4 한 장에 영단어 400자 정도 들어간다고 봅니다. 그럼 2000 단어면 A4 5장 정도입니다.
얼마 안되는 거 같죠? 일단 번역을 해보시죠. 1시간에 A4 한장 번역하기도 빠듯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완벽하게” 번역해서, 돈을 받아도 부끄럽지 않을 수준으로 번역을 해야 합니다. 하루에 2000 단어를 완벽하게 번역한다면, 일단 번역해서 읽어보고, 고치기를 반복한다면 하루에 8시간 이상 걸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2500 단어, 3000 단어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물론 하루에 5천 단어 이상 번역할 수도 있습니다. 문서가 매우 쉽거나 이전에 번역했던 내용과 매우 유사하면 CAT이 알아서 비슷한 부분을 채워줍니다. 하지만 번역회사도 그걸 알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돈을 많이 주지 않습니다.
하루에 번역할 수 있는 분량은 인간의 육체적 한계와 관련되기 때문에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니까 일하면서 피로가 누적되고, 산출량도 떨어집니다. 주말도 없이 매일 일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결국 단가가 높아져야 합니다.
단가를 높이려면 어려운 분야에서 어려운 글을 번역해야 합니다. 프로즈 프로필에 보면 **학 박사, 회계사, 변호사 이런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단어당 단가가 0.1 이상도 많습니다. 프로젝트에 따라서는 단어 하나에 몇 달러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비교적 어려운 번역을 많이 합니다. 저는 경제, 금융 보고서, M&A 계약서, 회장님 말씀을 많이 하고, 광고 문구나 명품처럼 상상력이 필요한 분야도 번역합니다.
매달 300만 원을 벌려면 매달 일이 꾸준히 들어와야 합니다. 그러려면 실력보다도 영업력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번역을 잘해도, 그 실력을 번역회사가 모르면 일을 줄 수 없습니다. 따라서 번역회사에 이력서를 엄청 많이 보내야 합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번역회사 100군데 정도 계약을 해두면 일을 끊임없이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건 아닙니다. 번역가는 프로젝트가 끝나야 돈이 들어오는 하청업자입니다. 그리고 번역회사마다 대금 결제 시스템이 다릅니다. 어떤 회사는 바로 주고, 어떤 회사는 2달이 지나야 돈을 줍니다. 그러니 어떤 달에는 돈을 하나도 못 받는데, 어떤 달에는 몇천 달러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매달 300만 원을 벌어도 통장에 들어오는 건 일정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번역가는 가난하다고 생각합니다. 번역하고 싶으면 구글에 검색하지 누가 번역을 돈주고 하냐고 합니다. 구글 번역으로 만족하는 사람은 그정도 수준의 번역을 해도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구글이 공짜로 번역해주는 시대에도 사람에게 돈을 주고 번역을 시키는 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회사 고위 임원들이 구글이 번역한 M&A 계약서나 금융 보고서를 볼까요? 글로벌 기업에서 회장님 신년사를 구글로 번역할까요? 내용이 조금만 이상해도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는 사업이라면 거금을 들여 사람에게 번역을 시킵니다.
그러니 실력이 있고, 영업을 잘해서 일을 꾸준히 받는다면 다른 직장인 부럽지 않게 벌 수 있습니다.
자세한 정보는 아래 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2020년 12월 기준으로 제 경험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 또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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